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20년 뒤에도 괜찮을까

느린 것은 쓸모를 잃고, 빠른 것은 빠르게 사라진다. 런웨이가 끝난 뒤, 우린 무엇을 남기게 될까.

느린 것은 가장 먼저 쓸모를 잃는다.

Maarten Baas<Real Time XL The Artist>, PODO MUSEUM
Maarten Baas<Real Time XL The Artist>, PODO MUSEUM

빠를수록 현명하다고 부르는 시대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내는 것이 미덕이 됐다. 알고리즘이 취향을 떠먹여 주고, 기술이 결과물을 1초 만에 뱉어낸다. 무언가를 깊이 들여다보고 오래 공들이는 일은 자꾸 쓸모를 의심받는다.

그렇게 20년 만에 다시 마주한 런웨이는 팔릴 위기에 처했다. 미란다도, 런웨이도, 앤디가 믿는 저널리즘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들어간 것은 시간이 없는 세상에서 가장 먼저 자리를 잃는다.

우리도 변해야 할까.

SILO Lab<묘화>, Shinsegae Gallery Centum City
SILO Lab<묘화>, Shinsegae Gallery Centum City

미란다도 변했고, 앤디도 변했다. 떠밀려도 가고, 이끌려도 갔다. 느린 것의 가치를 놓지 않으면서도 빠른 세상과 끊임없이 타협했다. 변하지 않은 건 하나다 ㅡ 시간이 필요한 것 앞에서 서두르지 않았다는 것.

런웨이는 끝난다.

Sarah Sze<Sleepers>, PODO MUSEUM
Sarah Sze<Sleepers>, PODO MUSEUM

빠르게 만들어진 것들은 빠르게 사라진다. 걸어온 길 뒤로, 무엇이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