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짜릿해, 늘 새로워, 화려한게 최고야!
재밌는 건 맞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것도 맞다. 근데 그게 전부일까?
화려한 입구, 눈이 심심하지 않다.

포름알데히드에 담긴 상어,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 나비 수천 마리로 만든 그림. 전시 안에서 이만큼 눈이 바쁜 전시는 드물다. 애써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와닿고, 굳이 지식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흥미롭다. 강력한 대비, 압도적인 스케일, 원초적인 소재. 그의 화려한 입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다.
낮은 문턱, 누구나 말할 수 있다.

어떤 예술은 난해한 이론을 알아야 겨우 보이고, 어떤 예술은 작가의 고단한 일대기를 따라가야 비로소 말을 얹을 수 있다. 허스트는 다르다. 미술사적 지식이 없어도 그저 눈앞의 풍경에서 가벼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그 압도적인 접근성이 사람들 사이에 이야기를 만든다.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소통할 수 있다는 것. 그것 또한 예술이 세상을 대하는 다정한 방식일지 모른다.
그 매끄러운 표면이 비추는 것.

허스트가 보여주는 것들은 본래 다정하지도 단순하지도 않은 시린 현실이다. 그는 그것을 위로하지 않는다. 거울처럼 비출 뿐이다. 그저 저마다 가진 삶의 얼룩을 그 거울에 비추어보며 자신만의 의미를 찾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