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서울
우리 사는 지군 둥군데
사각형이 감각을 규격화하고 있었다는 걸, 타원 안에 들어가서야 알았다.
사각의 논리가 부서졌다.

노출 콘크리트 벽에 뚫린 아치를 통과하는 순간, 네모난 세상이 끝났다. 80m 길이의 타원형 통로. 벽면을 빽빽하게 채운 목재 루버가 동심원을 그리며 안쪽으로 빨려 들어간다. 개미굴 같았다. 무언가의 내장 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루버가 만드는 동심원 패턴이 착시를 일으킨다. 가만히 서 있는데 벽이 회전하는 것 같고, 걸으면 곡면이 숨을 쉬는 것 같다. 직선과 직각으로 훈련된 눈이 곡면 앞에서 연산을 멈춘다. 익숙한 기준점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소리의 논리도 부서졌다.

들어서자 발소리가 달라졌다. 타원기둥 형태의 곡면을 따라 소리가 반대편까지 도달한다. 한쪽에서 문이 열리면 80m 건너편에서 들리고, 박수를 치면 주파수가 곡면을 타고 튕기며 상단 끝지점으로 모여든다. 네모난 방에서 듣던 소리의 논리와는 전혀 달랐다.
사각형이 감각을 규격화하고 있었다.

형태가 바뀌니 보이는 것만 바뀐 게 아니었다. 들리는 것이 바뀌었다. 공간을 구성하는 자재가 달라지니 만지는 것도 달라졌다. TUBE에선 향까지 설계되어 있었다. 우리는 사각의 공간에 맞춰 사각의 감각으로 살아왔다. 타원이, 돔이, 혹은 그보다 복잡한 형태가 일상이 되기 시작하면, 공간을 인식하는 모든 감각이 다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