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스페이스(Le Space)

복제할 수 없는 공간은 존재하는가

여기서만 가능한 경험과 어디서든 가능한 경험이 같은 건물 안에 있다.

여기서만 가능한 것들이 있었다.

평행선이 벽에서 천장으로 넘어가며 소실점을 향해 달린다. 기둥 없는 높은 천장과 이어지는 벽면이 그 착시를 가능하게 한다.

거대한 붉은 구체가 빛나고, 뒤의 벽면 영상과 하나로 움직인다.

투명한 면 뒤로 영상이 겹쳐지면서 전시의 캐릭터 예티가 공간 밖으로 걸어 나와 있다.

거대한 곡면 화면이 시야를 덮는 공간에서 서사가 끝난다. 진입부터 마지막까지 예티가 줄기를 만들고, 그 사이를 심해, 빙하, 화산 같은 공간들이 채운다. 장비는 보이지 않는다. 처음부터 이 경험을 위해 지어진 공간이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어디서든 가능한 것들도 있었다.

컬러 포레스트에 들어서자 그 감각이 끊겼다. 정적인 조형 식물들 사이로 영상이 흐르는 밝은 방. 퀄리티의 문제가 아니었다. 플로럴 데저트의 향과 미감도 좋았다. 다만 그 방들에 들어섰을 때, 같은 세계 안에 있다는 느낌이 사라졌다.

어디서든 가능한 것은 싸진다.

싸진 경험은 어디서나 생긴다. 비슷한 영상과 조형물을 다른 전시에서도 봤고, 또 볼 것이다. 어디서나 있는 것은 지나치게 된다. 어디까지가 여기서만 가능한 것이고 어디부터가 어디서든 가능한 것인지, 그 선은 아마 계속 바뀔 것이다. 다만 지금, 둘은 같은 건물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