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O Lab <온화>
사라진 줄도 몰랐던 온기
신발장의 백열등이 LED로 바뀌던 날, 뭔가 달라진 건 알았다. 그게 뭐였는지는 이 곳에서 알았다.
어두운 입구, 빛보다 먼저 닿은 향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잠시 캄캄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낡은 반합에서 타들어 가는 향이 먼저 다가온다. 눈보다 코가 먼저 공간을 읽는다.
따뜻한 노란빛, 사라지는 것들이 채운 공간

모퉁이를 돌자 수많은 빛이 일렁이고 있다. 백열등이 사라지기 전 우리들의 집을 채우던 따뜻한 노란빛이다. 빛은 허공을 가르며 쏘아대지 않고 부드럽게 머문다. 벽면의 거울이 빛을 수평으로 밀어내면, 허리춤에 고인 거대한 물길은 빛을 수면 위로 산란시킨다. 빛은 잔잔한 물결에 부딪혀 매 순간 다른 숨결을 얻는다. 나무 프레임, 창호의 무늬, 그리고 향. 공간을 채우는 것들은 모두 사라져가는 옛것들이다.
숨을 쉬면 향, 눈을 뜨면 빛

어디에 서라고, 무엇을 보라고 지시하는 표식이 없다. 숨을 쉬면 향이 오고, 눈을 뜨면 빛이 온다. 그뿐이다. 신발장의 백열등이 LED로 바뀌던 날 사라졌던 온기. 그게 여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