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morpish

기술은 죄가 없다, 관객이 안 멈추는 게 죄지.

화려한 기술로 화면을 꺼냈는데 관객들이 그냥 지나치더라고요. 남 탓할 시간 없습니다. 냄새 피우고 사탕 뿌려서 억지로 발목 잡았습니다. 기술이 다가 아니네요. 역시 인생은 스토리입니다. 맞잖아.

있었다.

화면 속 세계는 화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안 됐다.

밖으로 꺼내려 했지만, 관객이 움직이면 다시 안으로 돌아갔다.

생각했다.

관객이 어디에 있든, 밖에 나와 있으면?

바꿨다.

어디서 봐도 밖에 나와 있도록 만들었다.

관객이 움직이면 화면도 따라 움직였다. 안에 있던 세계가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내놨다.

전시에 내놨다. 처음엔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말로 설명하는 대신 공간을 바꿨다. 향을 놓고, 포스터를 붙이고, 사탕을 놓았다. 사람들이 멈추기 시작했다.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물렀다.

배웠다.

기술이 경험을 가능하게 했지만, 머무르게 한 건 이야기였다.

공간이 사람들을 멈추게 했다. 하지만 머무르게 한 건 화면 속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