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무지

단체사진에 나만 없음

매번 사진 밖으로 밀려나는 게 억울해 아예 사진 찍는 AI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타이머를 맞추고 허둥지둥 뛰어가는 촌극은 끝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전시장 한가운데 이 녀석을 모셔두고, 저희는 세상에서 가장 민망한 촌극을 찍어야 했습니다.

단체사진에는 항상 사진을 찍은 사람이 빠진다.

모두가 함께 즐긴 순간인데도, 기록하는 역할을 맡은 한 사람은 항상 추억의 프레임에서 지워지곤 한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매번 부탁하기도 미안하고, 타이머를 맞춘 채 숨이 차도록 뛰어가야만 간신히 모두가 담긴다. 다 찍고 난 뒤 사진을 일일이 나눠주는 것까지 전부 번거로운 일이었다.

찍는 역할을 카메라에게 온전히 넘겨버리기로 했다.

"찍는 사람도 사진에 같이 들어갈 수 없을까?" 생각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카메라가 사람처럼 눈이 있고 귀가 있어서 스스로 찍어주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사람이 말을 걸면 알아서 구도를 잡고, 찰나를 포착하고, 촬영 후 전송까지 해결해 주는 인공지능 카메라 '무지'를 빌드했다.

3일 동안 현장에 내놓았지만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기능이 완성된 프로덕트를 들고 진짜 대중이 있는 필드로 나갔다. 완벽하게 작동하는 기계를 세워두었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낯설어하며 그냥 지나쳐갔다. 결국 내가 기계 옆에 붙어서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작동 방식을 일일이 설명해야만 비로소 기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이 먼저 기술의 눈치를 봐야 한다면 실패한 제품이다.

사람이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작동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면, 제품이 대중에게 스스로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덕트 자체가 일상의 동선 속에서 대중에게 먼저 자연스럽게 말을 걸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외면받는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